[조선일보] '메신저 공격'에 가려진 '검증의 본질' | 오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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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가 다시금 거대한 소음과 왜곡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인사청문 국면에서 드러난 고위 공직자 후보자의 치명적인 자질 문제와 이를 둘러싼 정당 간의 진흙탕 싸움은 현 사법 시스템의 허점과 정치권의 도덕적 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자진 사퇴했지만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음주운전, 성추행, 갑질, 폭언 등의 중대 의혹과 전직 보좌진의 폭로성 탄원서 논란, 그리고 이를 폭로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향한 민주당과 여권 일각의 거센 불법 수사 자료 입수 공세는 본말이 완전히 뒤바뀐 한국 정치의 슬픈 초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불법 도청 및 감청으로 얻은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를 엄격히 처벌하는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불법 감청물의 누설 및 공개는 그 자체로 독립된 범죄 구성요건을 형성하기에 당시 노회찬 전 의원의 경우 법리적 다툼 끝에 유죄 판결을 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한동훈 의원에게 제기되는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죄’ 혹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공무원, 즉 ‘누설자’만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데, 누설된 비밀을 전달받아 이를 외부로 공개하거나 검증 자료로 활용한 ‘수신자(전달받은 자)’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정범이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관련 정치인들은 폭로된 내용의 진위나 공직자로서의 적격성을 엄정히 검증하기는커녕, 폭로한 사람이 누구인지, 자료를 어떻게 얻었는지만을 고리로 삼아 인신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정치가 사법을 오염시키고, 법률 문외한들의 왜곡된 법리가 국정 검증을 가리는 현상은 반드시 타파되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는 메신저를 공격하는 얄팍한 입놀림이 아니라,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고 사법 정의를 세우는 진정성 있는 결단에서 시작됩니다.

법무부 장관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자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스1
대한민국 정치가 다시금 거대한 소음과 왜곡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인사청문 국면에서 드러난 고위 공직자 후보자의 치명적인 자질 문제와 이를 둘러싼 정당 간의 진흙탕 싸움은 현 사법 시스템의 허점과 정치권의 도덕적 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낸다. 다행히 자진 사퇴했지만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음주운전, 성추행, 갑질, 폭언 등의 중대 의혹과 전직 보좌진의 폭로성 탄원서 논란, 그리고 이를 폭로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향한 민주당과 여권 일각의 거센 불법 수사 자료 입수 공세는 본말이 완전히 뒤바뀐 한국 정치의 슬픈 초상을 보여준다.
지금 정치권 일부와 여권 성향의 법률가들은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수사 관련 문건의 출처를 문제 삼으며 ‘검찰 수사 자료의 불법 유출’ 혹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들먹이고 있다. 심지어 과거 ‘노회찬 삼성 X파일’ 사건을 언급하며 금태섭·노회찬 전 의원처럼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법조인으로서 단언하건대, 이러한 주장은 법리의 엄밀한 해석을 도외시한 치졸한 메신저 공격이자 법률적 왜곡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 진영에서 주장하는 ‘노회찬 삼성 X파일 사건’의 핵심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불법 도청 및 감청으로 얻은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를 엄격히 처벌하는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불법 감청물의 누설 및 공개는 그 자체로 독립된 범죄 구성요건을 형성하기에 당시 노회찬 전 의원의 경우 법리적 다툼 끝에 유죄 판결을 면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설자만을 처벌대상 규정
그러나 이번 한동훈 의원에게 제기되는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죄’ 혹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공무원, 즉 ‘누설자’만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누설된 비밀을 전달받아 이를 외부로 공개하거나 검증 자료로 활용한 ‘수신자(전달받은 자)’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정범이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 이는 형법 해석상 명확한 대원칙이다.
실제로 이러한 유형의 고발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될 경우, 수신자에 대한 피의자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각하 처분이 내려지는 것이 법리적 상식이다. 받은 사람은 법적으로 수사 대상조차 될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역시 마찬가지다. 업무상 취득한 개인정보가 아니라 정당한 형사 재판 및 피해자 대리 과정에서 수령한 소송 기록, 문서송부촉탁, 혹은 수사기관 내부의 형사 재판 제출용 수사보고서 등은 합법적인 절차 내에서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자료의 합법적 확보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료를 제보받아 국무위원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한 인물을 향해 ‘수사 대상’ 운운하며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형사법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정치적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
본질은 메신저가 아니라 ‘메시지의 진위’다.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이자 정의의 상징이어야 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성추행, 음주운전, 갑질, 폭언 등의 중대한 도덕적·법적 결함이 제기되었다. 당사자의 전직 보좌관이 청와대 정무수석과 집권 여당 대표에게 실명 탄원서와 PDF 문서를 전달하며 진실을 호소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뭉갠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관련 정치인들은 폭로된 내용의 진위나 공직자로서의 적격성을 엄정히 검증하기는커녕, 폭로한 사람이 누구인지, 자료를 어떻게 얻었는지만을 고리로 삼아 인신공격을 퍼붓고 있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더니, 손가락이 왜 이렇게 생겼냐며 손가락을 공격하는 꼴이다.
공직 후보자의 결함을 밝혀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무능하고 부도덕한 인사의 입각을 막는 것은 국회의원과 야당의 당연한 헌법적 의무다. 자료 유출자의 법적 책임 문제는 별개의 사안으로 정리하면 될 일이다. 정작 국무위원으로서 자격 미달인 인사들에 대한 철저한 인사청문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못한 채 메신저 공격에만 골몰하는 여권의 행태는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제청권 무력화, 사법 신뢰 흔들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인사 국면에서 불거진 청와대와 대법원 간의 대법관 제청권 갈등이다. 사법부의 독립과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다. 권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하기 위해 대법원장의 정당한 제청권을 무력화하거나 사법부를 흔들려 하는 시도는 사법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위험천만한 행위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서야 한다. 행정부 수반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정당하게 존중하고, 추천된 후보자 한도 내에서 임명권을 행사하는 헌법적 절제를 보여주어야 한다. 권력이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두고 사법부 제청권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심을 주는 순간,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소폭 반등했다고 하나, 이를 국정 동력의 회복으로 해석하는 것은 착시다. 금융 시장에서 폭락하던 주가가 잠시 미세하게 반등하는 현상을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라고 부른다. 1%포인트 남짓의 반등을 두고 “국정 쇄신 의지가 통했다”며 안도할 때가 아니다.
진정한 위기는 곧 다가올 수사·기소의 완전 분리 및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거대한 제도적 폭풍 속에 있다. 준비되지 않은 수사권 조정과 보완수사권의 전면 폐지는 범죄 대응력의 치명적 약화와 민생 사건 수사의 무기한 지연으로 이어져 결국 온전히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 수사와 기소를 기계적으로 분리하겠다는 집착과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재명 정권은 국정 혼란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치가 사법을 오염시키고, 법률 문외한들의 왜곡된 법리가 국정 검증을 가리는 현상은 반드시 타파되어야 한다. 수신자를 처벌할 수 없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법리적 한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선동을 위해 ‘수사’와 ‘감옥’을 운운하는 정치공학은 종식되어야 한다. 공직 후보 검증이라는 본질로 돌아가 김승원 후보자와 같은 자질 미달 인사를 가려내는 엄정한 검증 시스템을 회복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치안 및 사법 공백을 메울 실질적인 법치주의 회복에 나서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는 메신저를 공격하는 얄팍한 입놀림이 아니라,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고 사법 정의를 세우는 진정성 있는 결단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