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주 실종 참사가 드러낸 경찰 행정의 구멍 | 오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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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경찰관의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개별 공무원의 심각한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조라는 일탈 범죄로 보이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실종 대응 체계의 치명적인 법적 공백과 경찰 행정·시스템상의 구멍이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발생한 구조적 참사입니다.
경찰 안팎에서는 A 경장이 왜 이토록 무모한 허위 보고를 지속했는지에 대해 다각도의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선 업무 과중과 실적 압박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제주 서부 지역에서만 매년 수백 건, 제주 전체로는 연간 800~900건에 달하는 성인 실종 신고가 쏟아지는데, 하루 평균 1~2건에서 많게는 4~5건에 이르는 신고를 즉각 수사해야 하는 현장 수사관은 미제 사건을 줄이고 사건을 조기에 털어내야 한다는 심리적·행정적 압박에 직면하며 진상 규명보다는 시스템상 사건을 종결 지어 미제 수치를 낮추려는 왜곡된 동기가 작용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한 시스템 삭제를 통한 은폐 시도 역시 중요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실종은 범죄 입증 이전의 행방불명 상태가 많아 시간이 지나 자진 귀가하거나 사후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실종 사건은 처리하지 못하고 미제로 남겨두더라도 담당자에게 직접적인 법적·행정적 불이익이 크게 가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A 경장이 사망이나 변사로 거짓 입력한 이유는 단순 통화 후 해제 처리를 하면 시스템에 기록이 남아 전 경찰관이 볼 수 있는 반면, 사망이나 변사로 처리해 버리면 기록 자체가 전산상에서 삭제·은폐되어 상급자나 동료들이 사후에 확인할 수 없게 된다는 전산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남들이 알아챌 수 없다는 판단하에 사건 자체를 지워버린 극단적인 책임 회피 행위였던 셈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찰청은 전국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종결 및 해제 처리된 수만 건의 사건에 대해 담당자 대면 조사, 신고자 및 실종자 본인 직접 확인 등 실제 종결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유사한 임의 종결 사례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동시에 구조적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의 실종신고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지난 8월 25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photo 뉴스1
제주 경찰관의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개별 공무원의 심각한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조라는 일탈 범죄로 보이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실종 대응 체계의 치명적인 법적 공백과 경찰 행정·시스템상의 구멍이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발생한 구조적 참사다. 현장 전문가와 법조계의 시각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국가 치안망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었으며 실종 대응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단과 대대적인 개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A 경장은 담당했던 실종 신고 200여건 대부분을 단독으로 종결 처리하는 이른바 셀프 종결을 감행했다. 더 큰 충격을 준 점은 이처럼 허위로 처리된 실종자 중 일부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수사망이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 믿었던 유가족들은 골든타임을 허망하게 놓치고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해야 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A 경장이 왜 이토록 무모한 허위 보고를 지속했는지에 대해 다각도의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업무 과중과 실적 압박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제주 서부 지역에서만 매년 수백 건, 제주 전체로는 연간 800~900건에 달하는 성인 실종 신고가 쏟아진다. 하루 평균 1~2건에서 많게는 4~5건에 이르는 신고를 즉각 수사해야 하는 현장 수사관은 미제 사건을 줄이고 사건을 조기에 털어내야 한다는 심리적·행정적 압박에 직면한다. 미해제 사건 수치가 개인 및 팀 평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다 보니, 진상 규명보다는 시스템상 사건을 종결 지어 미제 수치를 낮추려는 왜곡된 동기가 작용했다고 보인다.
통제 장치의 부재
또한 시스템 삭제를 통한 은폐 시도 역시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일선 현장 수사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인 실종 사건은 처리하지 못하고 미제로 남겨두더라도 담당자에게 직접적인 법적·행정적 불이익이 크게 가해지지 않는다. 실종은 범죄 입증 이전의 행방불명 상태가 많아 시간이 지나 자진 귀가하거나 사후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 경장이 사망이나 변사로 거짓 입력한 이유는 단순 통화 후 해제 처리를 하면 시스템에 기록이 남아 전 경찰관이 볼 수 있는 반면, 사망이나 변사로 처리해 버리면 기록 자체가 전산상에서 삭제·은폐되어 상급자나 동료들이 사후에 확인할 수 없게 된다는 전산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알아챌 수 없다는 판단하에 사건 자체를 지워버린 극단적인 책임 회피 행위였던 셈이다.
아울러 내부 검증 및 상호 감시 장치가 부재했던 점도 사태를 키웠다. 이번 사건은 경찰 내부의 자체 모니터링이나 감사 시스템을 통해 자정된 것이 아니라, 실종자의 생사를 의심한 유가족들의 재신고를 통해 비로소 세상에 드러났다. 야간 당직 시 당직 일지나 전산 시스템을 허위로 작성하더라도 이를 즉시 저지하거나 검증할 상급자의 통제 절차가 전혀 없었기에 개인의 일탈을 범죄 수준으로 키우고 말았다.
이러한 행정 일탈이 사전에 걸러지지 못했던 근본 원인은 현행 법령의 심각한 불균형과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다. 현행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적용 대상을 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로 한정한다. 반면 18세 이상 성인이 사라질 경우 법률이 아닌 경찰청 예규인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라 단지 가출인으로 분류된다. 연간 7만건에 달하는 성인 실종 사건이 고작 행정규칙 한 장에 의존해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동 등의 실종에는 법적 근거에 따라 신속한 위치정보 수집 및 강제 수색이 가능한 반면, 성인 가출인의 경우 자살 위험이나 강력범죄 연관성 등 명백한 긴급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영장주의 원칙에 가로막혀 통신 조회, 신용카드 내역 조회, 위치 추적 등 강제 수색을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아동 실종의 경우 등록을 해제하려면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라는 상급 전담 기관을 반드시 거쳐야 하며 경찰서장조차 독단으로 해제할 수 없으나, 성인 가출인은 규정상 경찰서장이 발견한 때 등록을 해제한다고만 되어 있어 실무 담당자가 시스템에 발견했다고 입력하기만 하면 상급자의 승인이나 검증 절차 없이 사건이 즉시 완결·폐기되어 왔다.
게다가 성인의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예외 조항이 역설적으로 범죄 은폐의 방패막이로 악용되었다. 업무처리 규칙 제16조 제4항 단서는 가출인이 소재 통보를 거부할 경우 보호자에게 소재를 알리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채권자의 채무자 추적이나 가정폭력 가해자의 피해자 소재 파악 등 실종 신고의 악용을 막기 위한 정당한 장치다. 그러나 A 경장은 유가족이 문의할 때마다 이 조항을 핑계로 본인이 알리기를 원치 않는다고 둘러대며 가족들의 확인 시도를 차단하고 검증을 회피하는 도구로 삼았다.
실종 신고가 가정폭력 가해자나 채권자 등의 합법적 추적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으나, 긴급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사법적 통제를 전제로 신속하게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만 실종 성인의 생명을 골든타임 내에 구할 수 있다고 본다.
성인 실종 사건 제도 정비해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찰청은 전국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실종 사건 전수조사에 나섰다. 종결 및 해제 처리된 수만 건의 사건에 대해 담당자 대면 조사, 신고자 및 실종자 본인 직접 확인 등 실제 종결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유사한 임의 종결 사례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구조적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우선 실무 담당자 단독으로 실종 사건을 해제하거나 삭제할 수 없도록, 해제 요청 시 팀장이나 과장 등 상급자가 해제 사유와 실제 확인 여부를 직접 점검하고 승인하는 이중 승인 및 검증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성인 실종을 한 장짜리 행정규칙에 방치하지 않고 실종성인법을 제정하여, 남용 방지책을 구비함과 동시에 위급 상황 시 긴급 위치 추적과 적극적 수색이 가능하도록 법적 권한과 절차를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나아가 소재 알림을 거부한다는 사유로 사건을 종결할 때는 담당자 외의 제3자가 실종자의 실제 거부 의사를 직접 확인했는지 문서화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사태는 개인의 윤리 부재와 제도의 구멍이 결합했을 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수사 현장의 책임성 강화와 함께 실효성 있는 법·제도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출처 : 제주 실종 참사가 드러낸 경찰 행정의 구멍 [법 뒤의 질문들] < 사회 < 기사본문 - 주간조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