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피자헛 '215억 반환' 판결의 후폭풍… ‘만년乙’ 가맹점주의 역습 | 오종훈 변호사
본문
최근 대법원이 확정한 ‘한국피자헛 차액가맹금 부당이득 반환 소송’의 결과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패소를 넘어, 국내 가맹사업의 뿌리 깊은 수익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장으로, 162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지금 유례없는 ‘패닉’과 ‘혁신’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2020년 경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계약서에도 없는 마진을 몰래 챙겨왔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사법부는 결국 점주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강조한 법리는 바로 '의사의 합치'입니다. 계약이란 모름지기 본질적인 사항에 대해 양측이 구체적으로 동의해야 성립하며 가맹금은 가맹계약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데, 본사가 점주로부터 차액가맹금을 가져가고 싶다면, 그것이 얼마인지, 어떤 방식으로 산정되는지 계약서에 명시하고 점주의 동의를 구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가맹점주의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 무기가 될 것이므로, 현재 체결한 가맹계약서의 법적 유효성 검토나 부당이득 반환 가능성에 대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면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 역사상 이토록 파괴력 있는 판결이 있었을까. 최근 대법원이 확정한 ‘한국피자헛 차액가맹금 부당이득 반환 소송’의 결과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패소를 넘어, 국내 가맹사업의 뿌리 깊은 수익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장이다. 162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지금 유례없는 ‘패닉’과 ‘혁신’의 기로에 서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계약서에도 없는 마진을 몰래 챙겨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피자헛은 이미 점주들로부터 매달 총매출의 6%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고정 로열티’로 받고 있었다. 여기에 광고비 5%까지 더하면 점주들은 매출의 11%를 꼬박꼬박 본사에 상납해온 셈이다. 문제는 본사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사는 점주들에게 원·부재료를 공급하면서 ‘적정 도매가격’에 자신들의 이윤을 덧붙인 ‘차액가맹금’을 추가로 수취했다. 소위 말하는 ‘물류 마진’ 혹은 ‘통행세’다. 점주들은 “로열티는 로열티대로 주는데, 왜 재료비에서도 법적 근거 없는 마진을 떼 가느냐”며 분노했고, 사법부는 결국 점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法 “합의 없는 가맹금은 부당이득”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강조한 법리는 명확하다. 바로 ‘의사의 합치’다. 계약이란 모름지기 본질적인 사항에 대해 양측이 구체적으로 동의해야 성립한다. 가맹금은 가맹계약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따라서 본사가 점주로부터 차액가맹금을 가져가고 싶다면, 그것이 얼마인지, 어떤 방식으로 산정되는지 계약서에 명시하고 점주의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
피자헛 측은 “공급 단가를 사전 공지했고 세금계산서도 발행했으니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의 시각은 냉철했다. 가맹본부와 점주는 경제적 지위가 대등하지 않다. 점주가 울며 겨자 먹기로 물건을 샀다고 해서 그것을 ‘마진 수취에 대한 동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공개서에 마진율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도 법원은 “본사가 자료 제출을 거부했으므로, 다른 연도의 비율을 적용해 추정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215억원이라는 거액의 반환금을 확정했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이번 판결이 우리 사법부의 현명하고도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확신한다. 필수품목 지정권을 남용해 부당한 통행세를 수취하던 후진적 관행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사실 차액가맹금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의 독특한 구조에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프랜차이즈 선진국은 본사가 ‘브랜드 사용료(로열티)’를 정당하게 받고, 물류는 점주가 자율적으로 구매하거나 본사가 원가 수준으로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은 점주들의 반발을 우려해 “우리는 로열티를 안 받습니다” 혹은 “아주 적게 받습니다”라고 홍보하며 가맹점을 모집한다. 대신 뒤로는 필수품목이라는 이름 아래 비싼 값에 원재료를 팔아 마진을 챙긴다. 이른바 ‘깜깜이 마진’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가맹본부의 61.5%가 차액가맹금을 받고 있다. 특히 치킨(8.6%), 커피(6.8%) 업종은 마진율이 매우 높다. 점주는 본사가 재료 하나당 얼마를 남기는지 알 길이 없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불투명한 수익 구조가 법적 근거(계약서 명시)를 갖추지 못했을 때 얼마나 위험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피자헛 판결이 확정되자마자 프랜차이즈 대기업들은 초비상 상태다. 이미 교촌, BBQ, bhc 등 치킨 대기업부터 메가커피,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카페 브랜드까지 수천 명의 점주가 줄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유사 판결이 확산되면 중소 브랜드들은 줄폐업할 것이고, 134만명의 종사자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우려한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말하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계약서에도 없는 불투명한 마진에 의존해 연명해왔는지를 방증하는 꼴이다.
물론 모든 브랜드에 피자헛의 사례가 기계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계약서에 차액가맹금의 존재와 산정 방식을 충분히 설명하고 합의한 브랜드라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대충 넘겨왔던 대다수 본사는 이제 막대한 배상금뿐만 아니라 브랜드 신뢰도 추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패러다임의 전환: ‘마진’에서 ‘로열티’로
이제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숨겨진 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매출 이익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로열티 기반 모델’로의 전면적인 전환이다.
첫 번째, 수익 구조를 투명화해야 한다. 본사는 브랜드 관리와 교육, 마케팅에 집중하고 그 대가로 정당한 ‘정률 로열티’를 받아야 한다.
두 번째, 필수품목의 최소화다. 반드시 본사로부터 사야만 하는 품목을 엄격히 제한하고, 나머지는 점주들이 공동구매 등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세 번째, 상생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본사의 이익이 점주의 매출 증가와 직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점주가 팔면 팔수록 재료비 마진으로 본사만 배 불리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물론 정률 로열티 도입이 쉬운 길은 아니다. 매출이 저조한 점주들에게는 로열티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고, 본사 입장에서도 당장의 캐시카우(Cash Cow)인 물류 마진을 포기하기란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증명하듯, 법적 근거 없는 마진 수취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이번 피자헛 판결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종말이 아니라, ‘진정한 선진화’를 위한 성장통이 되어야 한다. 공정위는 필수품목 지정에 관한 더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고, 가맹본부는 계약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원래 다 그렇게 해왔다”는 변명은 더 이상 법정에서 통하지 않는다. 법은 잠자는 권리를 보호하지 않으며, 동시에 투명하지 않은 이익을 정당화해주지도 않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서로의 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는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길 기대한다.
그것만이 162조원 규모의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134만명의 일터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사법부의 이번 결단이 ‘공정’이라는 상식 위에서 프랜차이즈 산업이 재도약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변호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가맹점주들은 현재 운영 중인 가맹점의 계약서에 차액가맹금 관련 조항이 누락되어 있지는 않은지, 혹은 본사로부터 받는 원부자재 가격이 시중가보다 터무니없이 높지는 않은지 살펴보길 바란다. 이번 판결은 가맹점주의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 무기가 될 것이다. 현재 체결한 가맹계약서의 법적 유효성 검토나 부당이득 반환 가능성에 대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면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길 바란다.
출처 : 피자헛 '215억 반환' 판결의 후폭풍… ‘만년乙’ 가맹점주의 역습 < 사회 < 기사본문 - 주간조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