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과 피의자 패밀리의 공조… 사법 방해 넘어선 사법적 재앙 | 오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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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전남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학생을 상대로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 장윤기의 죄질은 그 자체로도 극악무도하고 우리 사회에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단순한 강력범죄를 넘어 온 국민의 분노를 촉발하고 있는 본질적 이유는 바로 범행의 핵심 증거들이 경찰의 초동 수사 단계에서 조직적으로 누락되거나 훼손되었고, 그 중심에 현직 경찰 간부인 피의자의 아버지(장모 경감)가 자리 잡고 있다는 강력한 의혹 때문입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가 피해자를 차량으로 끌고 가려 한 정황, 과거 베트남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 범행 수법과의 유사성, 사전에 흉기와 결박 도구를 준비한 점 등을 종합하여 일반 살인죄가 아닌 ‘성폭력처벌법상 강간등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수사 당국은 범행 동기와 피고인의 왜곡된 성적 판타지를 입증할 유력한 정황증거였던 훼손된 성인용 인형(리얼돌)은 피의자의 아버지가 임의로 폐기하도록 방치했고, 실물 증거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경찰이 촬영한 동영상과 DNA 기록뿐이었습니다.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은 잔혹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법 공조 체계의 붕괴와 공권력의 타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상징적 사건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보완수사와 경찰청의 감찰은 단순히 피고인 장윤기의 범죄 혐의 입증이나 장 경감 개인의 비위 단죄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수사 기밀을 누설하고 증거를 조작·삭제하려 한 수사팀 내부의 윗선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전남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5월 1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photo 뉴스1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전남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안겼다. 일면식도 없는 여학생을 상대로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 장윤기의 죄질은 그 자체로도 극악무도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단순한 강력범죄를 넘어 온 국민의 분노를 촉발하고 있는 본질적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범행의 핵심 증거들이 경찰의 초동 수사 단계에서 조직적으로 누락되거나 훼손되었고, 그 중심에 현직 경찰 간부인 피의자의 아버지(장모 경감)가 자리 잡고 있다는 강력한 의혹 때문이다.
이번 재판의 가장 치열한 법적 쟁점은 피고인 장윤기에게 ‘성범죄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가 피해자를 차량으로 끌고 가려 한 정황, 과거 베트남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 범행 수법과의 유사성, 사전에 흉기와 결박 도구를 준비한 점 등을 종합하여 일반 살인죄가 아닌 ‘성폭력처벌법상 강간등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죄명의 인정 여부는 처벌 수위에서 하늘과 땅 차이를 만든다. 형법상 일반 살인죄는 유기징역형 선택이 가능하지만, 강간등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뿐이다. 즉 성범죄 목적이 인정되느냐에 따라 피고인을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된다. 검찰이 확보한 간접증거와 정황증거의 증명력은 재판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 열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사 당국이 보여준 행태는 실망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 범행 동기와 피고인의 왜곡된 성적 판타지를 입증할 유력한 정황증거였던 훼손된 성인용 인형(리얼돌)은 피의자의 아버지가 임의로 폐기하도록 방치되었다. 실물 증거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경찰이 촬영한 동영상과 DNA 기록뿐이다.
오염된 증거와 입증 책임을 둘러싼 논란
더욱 심각한 것은 피의자의 차량에서 발견된 50㎝ 길이의 공업용 케이블타이다. 이는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적 납치 및 결박 의도를 입증할 결정적 스모킹건(Smoking Gun)이었다. 압수수색 당시 채증 영상에는 경찰관들이 이를 직접 확인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공식 압수 목록에서는 이 케이블타이가 누락되었다. 심지어 해당 영상을 삭제하라는 지시가 수사팀 내부에서 내려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고, 결국 담당 수사팀장이 긴급 체포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 케이블타이가 피의자 아버지의 집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수사 기밀을 실시간으로 공유받으며 증거 인멸에 깊숙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단도직입적인 증거다.
피해자의 혈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범행 차량의 처리 방식 역시 사법 수사 실무상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범행 당시 피해자를 차량 뒷좌석 쪽으로 끌고 가려 했던 정황으로 볼 때,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범행 장소’ 자체로 보아야 한다. 추가적인 과학수사나 DNA 감정, 섬유 증거 확보를 위해 철저히 압수·보존되어야 마땅한 차량을 경찰은 수사 초기 피의자의 가족에게 돌려주었다. 피의자의 아버지는 이 차량을 태연히 운행하기까지 했다. 이는 단순한 무능이나 판단 착오에 의한 초동 수사 실패가 아니다. 현직 경찰관이라는 특수 신분을 이용해 수사팀과 피의자 가족이 조직적으로 야합한 ‘사법 방해 행위’라고 규정해야 타당하다.
핵심 실물 증거의 부재는 향후 공판 과정에서 심각한 사법적 재앙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공판중심주의 체제하에서 실물 증거가 사라진 영상이나 사진은 피고인 측에 의해 얼마든지 공격받을 수 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사진만으로는 실물의 훼손 정도나 실제 상태를 정확히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차량의 조기 반환으로 인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재감정할 기회가 박탈되었다는 점을 들어 증거 능력과 신빙성을 격하시키려 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경찰의 의도적인 증거 누락과 폐기는 검찰의 입증 책임을 극도로 가중시켰으며, 사법 정의의 실현을 방해하여 피고인에게 법적 다툼의 여지를 넓혀주는 이기적인 결과를 낳았다. 범죄를 단죄해야 할 국가 권력이 도리어 범죄자에게 방어권을 선물한 꼴이다.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한 지점은 피의자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관으로서 범행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형법 제155조 제4항의 친족 간 증거인멸 특례 조항에 따라 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자식이 저지른 죄를 감싸려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을 국가 형벌권이 전부 다스릴 수 없다는 취지의 입법론적 근거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사법 집행의 최전선에 있는 경찰관이 자신의 지위와 내부 네트워크를 악용해 강력범죄의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한 경우까지 친족 특례라는 미명하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처사다.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사법방해 행위는 친족 관계라는 사적 영역보다 훨씬 위에 있는 공적 정의를 파괴하는 행위다.
형사처벌 면제 조항이 결코 행정상 면죄부까지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경찰청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지난 7월 2일 자로 장 경감에 대한 공식 감찰에 즉각 착수했다. 현재 대상자가 휴직을 신청하며 소나기를 피하려 하고 있으나,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에 따른 ‘직위해제’ 조치가 선행될 것이 확실시된다. 아울러 장 경감의 직전 근무지이자 초동 수사를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과의 유착 및 소홀함에 대한 ‘수사 과정 미흡 여부’까지 감찰 대상을 확대한 것은 매우 당연한 수순이다.
공권력 타락의 적나라한 모습
장 경감에게 적용될 핵심 징계 사유는 명확하다. 첫째, 품위유지 의무 위반(국가공무원법 제63조)이다. 비록 친족 특례로 형사처벌은 면제될지라도, 범죄를 예방하고 수사해야 할 현직 경찰 간부가 강력범죄의 증거를 직접 인멸하고 은폐한 행위는 공무원으로서의 체면과 위신을 심각하게 손상한 망동이다. 둘째, 성실의무 위반(국가공무원법 제56조)이다. 사법 정의를 정면으로 방해하고 경찰 조직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송두리째 실추시킨 엄중한 의무 위반이다. 경찰공무원 징계령 및 징계양정 기준상 의무 위반의 정도가 극심하고 고의성이 명백한 바, 이번 사안은 형사 불입건 취지와 무관하게 조직 내 파급력과 공분을 고려해 배제징계인 ‘파면’ 또는 ‘해임’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지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은 잔혹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법 공조 체계의 붕괴와 공권력의 타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보완수사와 경찰청의 감찰은 단순히 피고인 장윤기의 범죄 혐의 입증이나 장 경감 개인의 비위 단죄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수사 기밀을 누설하고 증거를 조작·삭제하려 한 수사팀 내부의 윗선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출처 : 수사팀과 피의자 패밀리의 공조… 사법 방해 넘어선 사법적 재앙 < 사회 < 기사본문 - 주간조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