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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는 게 재미없어서 살인했다”… 사법체계 허점 노린 궤변 | 오종훈 변호사

언론 보도 26-07-16

본문

꿈 많던 10대 여고생이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20대 남성의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고 비명 소리를 듣고 위험을 무릅쓴 채 현장으로 달려온 남고생 B군 역시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과 손 등을 찔려 중상을 입었습니다.


피의자는 체포 이후 줄곧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이른바 ‘묻지마 살인’의 전형적인 핑계이자, 사법 체계의 허점을 노린 계산된 방어 전략입니다.


실제 선고 형량을 결정하는 ‘양형 기준’에서 범행의 계획성 여부는 처벌의 수위를 가르는 핵심 분수령이 되는 만큼, 피의자가 범행의 우발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가중 처벌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사형 집행이 중단된 현실 속에서 무기징역형이 가질 수 있는 실질적인 단죄의 무게를 재정립하고, 가해자의 어설픈 방어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는 철저한 공소 유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시에 범죄를 자극적으로 소비하며 가해자를 미화하고, 도리어 의인을 비난하는 온라인 공간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도 법과 제도의 엄정함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잔혹한 범죄의 재발을 막는 첫걸음은, 가해자에게는 타협 없는 엄벌을, 피해자와 의인에게는 온전한 보호와 예우를 제공하는 정의로운 법 집행에서 시작됩니다.


어린이날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해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photo 뉴스1



한밤중, 꿈 많던 10대 여고생이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20대 남성의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를 꿈꾸며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삶을 준비하던 소녀의 인생은 그 자리에서 허망하게 멈춰 섰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비명 소리를 듣고 위험을 무릅쓴 채 현장으로 달려온 남고생 B군 역시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과 손 등을 찔려 중상을 입었다.


피의자는 체포 이후 줄곧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른바 ‘묻지마 살인’의 전형적인 핑계이자, 사법 체계의 허점을 노린 계산된 방어 전략이다. 형법 제250조에 규정된 살인죄는 고의로 사람을 살해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죄명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실제 선고 형량을 결정하는 ‘양형 기준’에서 범행의 계획성 여부는 처벌의 수위를 가르는 핵심 분수령이 된다. 피의자가 범행의 우발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가중 처벌을 피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사법부는 피의자의 입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계획적 살인 범행’은 엄중한 가중 요인이다. 범행을 입증하고 계획성을 밝혀내는 것은 이제 검찰과 수사기관의 몫이다. 피의자의 주장과 달리 이번 사건에는 사전에 흉기 2자루를 미리 준비한 점, 범행 전 현장 주변을 배회하며 대상을 물색한 정황, 범행 직후 휴대전화 전원을 차단하고 차량과 흉기를 유기한 점, 무인 세탁소에서 혈흔이 묻은 의류를 세탁하는 등 치밀하게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법원은 범행의 경위, 동기, 흉기의 유무와 종류, 공격 부위의 치명성 및 반복성 등을 종합하여 범의(犯意)의 깊이를 판단한다. 수사기관이 CCTV 화면, 디지털 포렌식 자료, 흉기 구매 내역 및 이동 동선 등을 촘촘하게 구조화하여 객관적 증거로 제시한다면, 피의자의 ‘우발적 범행’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가중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난 동기’와 가중 처벌의 필연성 


많은 이들을 분노케 한 “사는 게 재미없어서 그랬다”는 진술은 역설적으로 재판에서 피의자에게 가장 불리한 부메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법 실무에서 범행의 동기와 반성 태도는 양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양형기준상 이번 사건은 합리적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적대감에서 비롯된 ‘비난 동기 살인(3유형)’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해 피해자가 미성년자이자 여성으로서 범행에 취약한 상태였다는 점, 유족에게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는 점 등 다수의 가중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설령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진술을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다”는 식으로 순화하거나 변경하더라도, 범행 전후의 치밀한 도주 및 은폐 행위의 정합성이 심리되는 한 법원은 이를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불안을 야기한 무작위 살인에 대해 사법부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엄중한 법정 최고형 또는 그에 준하는 무기징역형의 선고뿐이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인물이 있다. 바로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타인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남고생 B군이다. 흉기를 든 성인 남성을 마주하고도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는 행위는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온라인 공간의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은 B군을 향해 “왜 구하지 못했냐” “혼자만 살아서 도망쳤다”는 식의 비난성 댓글을 퍼부었다. 이는 큰 신체적 중상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고등학생과 그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명백한 2차 가해다.


이러한 행위는 엄연한 형사처벌 대상이다. 온라인 댓글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적시하고, 그것이 허위이며,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 상태에서 비방할 목적으로 게시되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이번 경우처럼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대폭 높아진다. 설령 구체적 사실 적시가 아닌 단순 경멸적 표현이라 할지라도 인격적 가치를 훼손했다면 형법상 모욕죄(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가 적용될 수 있다. 다행히 관할 구청에서 B군의 행동을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숭고한 구조 행위로 판단하고 의사상자 인정 절차를 직권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상처받은 의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가해 댓글러들에 대한 철저한 추적과 엄벌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범행 이틀 전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외국인 여성을 스토킹하고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였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특정 여성에게 거절당하고 고소당한 데서 비롯된 분노와 좌절감이 전혀 상관없는 불특정 여고생에게 투영된 ‘분풀이식 범죄’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만약 수사를 통해 특정 사건에 대한 분노가 이번 살인 범행의 직접적 촉매제가 되었다는 연결성이 입증된다면, 이는 범행 동기의 비난 가능성을 더욱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나아가 만약 피의자가 고소 여성을 상대로 구체적인 살해 의사를 품고 흉기를 준비하는 등 예비 행위를 다졌던 정황이 포착된다면, 본건 살인죄 외에도 형법 제255조에 따른 ‘살인예비죄’가 별도로 성립되어 기소 범죄 사실이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


가장 충격적이고도 씁쓸한 단면은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이후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상에서 피의자의 사진을 두고 “잘생겼다” “훈남이다” “외모가 아깝다”와 같은 황당한 외모 품평과 미화성 댓글이 이어진 것이다. 잔혹한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거나 외모를 찬양하는 현상은 피해자와 유족의 가슴을 한 번 더 찢어놓는 반인륜적 행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피의자 미화 댓글도 처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단한 사법적 한계가 존재한다. 단순 외모 칭찬이나 긍정적 평가는 법리적으로 ‘피의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표현 그 자체만으로는 형사처벌을 유도하기가 쉽지 않다.


 


타협 없는 엄벌이 재발 막아 


다만, 이러한 미화 표현의 이면에 피해자나 유족을 은근히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맥락이 포함되어 있다면 앞서 언급한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또한 피의자의 신상 정보나 사진을 공식적인 인터넷 공개 범위를 넘어 무단으로 복제, 유출하거나 제3자의 정보를 허위로 섞어 게시하는 행위가 결합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별도의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피해 학생의 친구들과 또래 청소년들은 성명서를 내고 피의자에 대한 엄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 학생이 살아야 했다”며 눈물짓는 의인 B군의 한 섞인 외침과 자식을 잃은 유족의 슬픔 앞에서 우리 사회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사형 집행이 중단된 현실 속에서 무기징역형이 가질 수 있는 실질적인 단죄의 무게를 재정립하고, 가해자의 어설픈 방어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는 철저한 공소 유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동시에 범죄를 자극적으로 소비하며 가해자를 미화하고, 도리어 의인을 비난하는 온라인 공간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도 법과 제도의 엄정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잔혹한 범죄의 재발을 막는 첫걸음은, 가해자에게는 타협 없는 엄벌을, 피해자와 의인에게는 온전한 보호와 예우를 제공하는 정의로운 법 집행에서 시작된다. 


출처 : “사는 게 재미없어서 살인했다”… 사법체계 허점 노린 궤변 < 사회 < 기사본문 -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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