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경찰이 장윤기 사건 은폐에 매달린 진짜 이유는? | 오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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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장윤기 강간살인 사건’이 재판 및 검찰 수사 단계에 들어서며 새로운 법리적·수사적 쟁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피고인 장윤기가 법정에서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검찰이 적용한 ‘강간살인’ 혐의를 전격 인정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경찰 수사의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사건 축소 및 부실 수사 의혹으로 수사 대상이 되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장윤기는 “우발적 범행이었으며, 피해자가 여성인지조차 몰랐다”는 취지로 범행 목적과 계획성을 극구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법정에 선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인 강간 살인 혐의를 전면 수용했습니다.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범행 전후의 정황, 과거 휴대전화 포렌식 기록,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 객관적이고 입증력이 높은 증거들이 대거 확보되었기 때문에 유·무죄를 다투는 무모한 전략 대신, 공소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고 자백·반성의 태도를 보여 사형이나 무기징역과 같은 법정형의 최상단 형량을 줄여보려는 ‘전략적 양형 고려’의 판단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장윤기 사건은 형사사법 절차에서 법률적 입증과 수사기관의 중립성이 얼마나 엄중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찰 조직 내부의 제식구 감싸기나 조직적 책임 회피가 수사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도구로 쓰였다면, 이는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이기에,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강력범죄의 처벌을 넘어, 대한민국 수사기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재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해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photo 뉴스1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장윤기 강간살인 사건’이 재판 및 검찰 수사 단계에 들어서며 새로운 법리적·수사적 쟁점들을 쏟아내고 있다. 피고인 장윤기가 법정에서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검찰이 적용한 ‘강간살인’ 혐의를 전격 인정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경찰 수사의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사건 축소 및 부실 수사 의혹으로 수사 대상이 되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피고인의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와 수사기관 윗선의 수사 개입 의혹은 단순한 형사 사건의 범주를 넘어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의 신뢰성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장윤기는 “우발적 범행이었으며, 피해자가 여성인지조차 몰랐다”는 취지로 범행 목적과 계획성을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법정에 선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인 강간 살인 혐의를 전면 수용했다. 이러한 태도 변화를 순수한 ‘참회’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가장 결정적 계기는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범행 전후의 정황, 과거 휴대전화 포렌식 기록,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 객관적이고 입증력이 높은 증거들이 대거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명백한 객관적 증거 앞에서도 지속적으로 범행 목적을 부인하는 것은 재판부에 반성 없는 태도로 인지되어 양형상 극도로 불리하게 작용한다. 유·무죄를 다투는 무모한 전략 대신, 공소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고 자백·반성의 태도를 보여 사형이나 무기징역과 같은 법정형의 최상단 형량을 줄여보려는 ‘전략적 양형 고려’의 판단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검찰의 포렌식 결과, 장윤기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9년 당시 친구와 나눈 “여고생을 납치하고 싶다” “봉고차로 납치하면 된다”는 내용의 소셜미디어(SNS) 대화가 복원됐다. 또한 고교 동창과 공익근무요원 동료들로부터 평소 유사한 발언을 반복했다는 진술까지 확보됐다. 단순히 2019년의 발언만으로 2026년 발생한 범행을 “7년 전부터 구체적으로 계획했다”고 직접 단정할 수는 없다. 형사법상 과거의 추상적 유혹이나 발언이 곧바로 현재 범행의 구체적 실행계획으로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 재판에서의 사실인정은 단 하나의 결정적 직접증거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간접사실이 서로 밀접하게 맞물리고 보강될 때 거대한 정황증거로서의 입증력을 갖는다.
검찰이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범행 이틀 전 베트남 여성 스토킹으로 경찰 경고를 받자 정식 휴대전화를 하천에 폐기하고 공기계로 바꾼 점, 범행 후 ‘목 치면 기절’ ‘둔기’ 등을 검색한 기록, 그리고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여성 납치 관련 발언 및 진술들이 하나의 사슬처럼 연결된다. 이 간접증거들의 집합체는 피고인이 주장하던 ‘우발성’을 완전히 배척하고, 성범죄 목적과 범행의 사전 의도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로 작동한다.
수사 과정에서 국수본 등 경찰 윗선이 장윤기의 여고생 살인 사건과 범행 이틀 전 발생한 베트남 여성 성범죄·스토킹 사건을 ‘합치지 말고 분리하여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두 사건은 피해자와 일시·장소가 달라 표면적으로는 별개로 보일 수 있으나, 범행의 동기와 성범죄 목적성을 규명하는 데 핵심적 연관성을 가진다. 범행 불과 이틀 전 유사한 범죄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이번 사건 역시 성적 목적을 띤 연쇄적·연장선상의 범행일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사건을 분리할 경우 수사관은 본인의 사건만을 단편적으로 바라보게 되어 두 사건을 관통하는 거대한 범행 동기와 정황을 놓치는 심각한 수사상 오류를 범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윗선에서 ‘강간 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으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이다. 수사를 충분히 진행한 후 증거 부족으로 일반 살인을 적용하는 것과, 수사 초기단계에서부터 강간 살인의 가능성을 닫아두고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당한 수사지휘와 부당한 수사개입
상급 기관이 중요 사건의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수사지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지휘 체계 확립을 위해 필수적 과정이다. 핵심은 지시의 ‘내용과 목적’에 있다. 정당한 수사지휘는 “직접증거가 부족하니 추가 보완 수사를 진행하라”는 등 진실 규명을 위한 지시다. 부당한 수사개입은 현장의 중요한 정황을 보고서에서 누락시키거나, 특정 혐의를 검토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다. 특히 수사 목적이 아닌 조직의 책임 회피나 특정인 보호를 위한 경우 문제가 된다. 향후 수사에서는 당시 보고서, 결재 자료, 국수본과 지방청 및 경찰서 간의 통화·메신저 기록, 수사관들의 초안 작성 문서 및 수정 경위 등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만약 부당한 개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적용 가능한 대표적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다.
대체 수사기관의 윗선은 왜 이토록 무리한 수사 지휘를 감행하려 했을까? 최초에는 피고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단지 개인의 신분 때문에 조직 전체가 위험을 무릅쓰고 대규모 수사 개입을 감행했다는 설명에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더욱 강력하게 떠오르는 시나리오는 ‘경찰 조직의 책임 회피’ 가능성이다. 사건 당시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등으로 경찰의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올라 대대적인 징계가 이뤄지던 시기였다. 장윤기 역시 살인 사건 이틀 전 베트남 여성을 스토킹하다 경찰의 경고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만약 이 사실이 여고생 살인 사건과 연결된다면, 경찰이 위험 신호를 미리 감지하고도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또다시 비극적인 살인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엄청난 사회적 비판과 징계 폭풍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경찰은 범죄 피해를 막지 못한 수사 실패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성범죄 스토킹과 살인 사건 사이의 고리를 끊어내고 단순 살인으로 사건을 조기 마감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강력한 의혹을 받게 된다.
장윤기 사건은 형사사법 절차에서 법률적 입증과 수사기관의 중립성이 얼마나 엄중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형사 재판은 엄정한 법의 심판을 향해 가고 있으나, 이를 수사했던 수사기관 내부의 부당한 외압 의혹은 이제 막 본격적인 수사의 닻을 올렸을 뿐이다. 경찰 조직 내부의 제식구 감싸기나 조직적 책임 회피가 수사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도구로 쓰였다면, 이는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강력범죄의 처벌을 넘어, 대한민국 수사기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재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경찰이 장윤기 사건 은폐에 매달린 진짜 이유는? < 사회 < 기사본문 - 주간조선
